수년 간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일러스트를 기고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남동윤 작가.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다양하고 맛있는 메뉴가 즐비한 음식점’에 비유하며, 자신은 ‘고객들의 만족에 최선을 다하는 그림요리사’라고 강조한다.




Q)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제 작업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잡지 표지나 단행본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작업이 있구요. 다음으로 인물을 묘사하는 캐리커처 작업 그리고 만화작업이 있습니다. 만화의 경우는 시사만화, 콩트, 또 최근에는 웹툰을 작업하고 있어요. 보통 작가 분들을 보면, 한 가지 분야에 치중해서 전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저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 최대한 다양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Q) 일반 작가들과 다르게 다양한 작업을 고집하신 특별한 이유는요?

A) 일단 만화든 일러스트든 형식에 상관없이 그리는 일 자체가 좋았어요. 그리고 나를 믿고 의뢰해준 고객들에게 그림을 통해서 다시 만족감을 주는 일이 제겐 큰 기쁨이었거든요. 다양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단지 여러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아 일을 하다보니깐 자연스럽게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오게 되었어요.




Q) 처음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했습니다. 과제물로 일러스트나 캐리커처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제 포트폴리오가 많이 생기더군요. 일러스트 일을 하고 싶어서 몇몇 출판사에 그동안 작업했던 포트폴리오를 보냈었어요. 그러다 대학 3학년 때 처음으로 경남의 모 지역신문사에 의뢰를 받아 캐리커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코노미스트, 인물과 사상, 중앙일보 등 여러 매체에서 잡지표지나 단행본 일러스트 작업을 하게 되었죠.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한 다른 경로는 없나요?

A) 크게 본다면, 저처럼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경우와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대학동기들의 경우 주로 게임회사 쪽으로 취업을 했는데요. 회사든 프리랜서든 일단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자신만의 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포트폴리오를 갖고 회사 혹은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하는 입장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세계에는 학벌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실력만으로 평가받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자신만의 그림, 포트폴리오가 있어야겠죠.




Q)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나요?

A) 우선, 대학에서 일러스트 관련학과를 전공하는 방법이 있구요. 아니라면, 사설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반드시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과정을 배우게 되면 관련정보를 얻기가 용이하고, 체계화된 시스템에서 그림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Q) 평상시 하루일과가 궁금합니다.

A) 집에서 점심을 먹고, 이곳 작업실(부천만화영상진흥원)로 낮 1시까지 출근합니다. 보통 새벽2-3시까지 작업을 하는데요. 오자마자 고객으로부터 메일이 왔는지 확인합니다. ‘산그림’이라는 일러스트 사이트가 있는데, 이곳에 포트폴리오를 올려놓으면 온라인상에서 보시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저의 개인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Q) 하루 업무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하루에 최소한 하나의 작업은 끝내는 편이에요. 일러스트는 하루에 한 장씩, 만화의 경우는 하루 2페이지 정도 작업을 하죠. 일하는 시간은 매우 엄격하게 지키는 편인데요. 한번 어긋나게 되면 여러 작업의 마감이 한꺼번에 몰리는 힘든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Q) 일러스트레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A) 열거하자면 너무나 많은데요.(웃음)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목적과 쓰임에 맞는 그림을 그려주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저처럼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인 동시에 1인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이에요. 따라서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그 안에 제 개성과 대중성을 조화롭게 담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는 ‘김밥천국’처럼요(웃음) 또 편집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이를 위해서는 마감시간에 맞춰 작업을 끝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 이일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근무시간이나 마감시간 등 스스로 자기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구요. 일반 회사원과 비교해서 제 작업은 순전히 ‘내 것’을 만드는 작업이고 또 고스란히 결과물이 남아서 좋아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좋은 기분을 전해주고, 작품을 통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일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Q) 반면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일 건수가 지속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입이 불안정한 측면이 있죠. 일이 많을 때는 괜찮지만,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또 대금지급이 많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구요. 거래처가 도산하는 경우에는 돈을 받는 일이 쉽지 않아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매체에 제공한 그림에 대한 저작권은 작가인 저한테 있는데도 무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이럴 경우 거래처상대로 일일이 따지기도 힘든 경우죠. 주변 작가 분들 보면 이런저런 경우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데, 소송에 따른 시간, 비용, 정신적 스트레스 등 잃는 게 너무 크더군요.




Q) 이른바 ‘창작의 고통’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작품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아이디어는 주로 일상생활에서 얻는 편이에요. 딱히 취미생활이랄 것은 없지만, 그냥 자전거타면서 혹은 영화를 보면서 순간순간 소재를 얻구요. 또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데, 평상기에 공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웃음)




Q) 일을 시작하시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작업스타일상 고객에게 의뢰를 받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없었는데요. 고객의 요구로 약 스무 번 정도 수정한 작업물이 있었어요. 제게 단도직입적으로 그림이 최악이라고 악평을 하시더라구요.(웃음) 그때 처음으로 제가 그만하자고 말했죠. 당시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도 부족했고, 나중에 그림을 다시 보니 잘 못 그렸더라구요(웃음) 그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간혹 처음 일러스트를 시작하시는 분들 중에서 일러스트레이터가 스스로 작업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상사의 간섭도 없기 때문에 무척 자유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일정부분 맞는 얘기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 직업이나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저 같은 프리랜서의 경우 상사는 없지만, 까다로운 요구를 하는 고객이 있을 수 있구요. 또 업무할당을 잘못해서 업무가 밀리게 되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겠죠. 이렇게 되면 일거리는 줄어들고 수입도 더욱 불안정해집니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재 자신의 직업으로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라면, 진지하게 자신의 미래와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막연히 재미있다거나 한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일러스트를 직업으로 삼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많은 고민 끝에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확고한 결심이 생겼다면 그 다음부터는 흔들리지 말고 꾸준하게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훌륭한 일러스트는 타고난 재능보다는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작업에 매진하셔서 곡 멋진 일러스트레이터로 거듭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출처 : 한국직업정보시스템